카테고리 없음

우울증과 치매 (외로움, 식욕, 돌봄)

백의 천사 2026. 10. 20. 07:11

솔직히 저는 어머니가 눈에 띄게 말수가 줄어드셨을 때 그냥 나이 드셔서 조용해지셨나 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그 조용함이 우울증의 신호였고, 시간이 흐른 뒤 치매 진단으로 이어졌습니다. 노년기 우울증과 치매는 정말 연결되어 있을까요? 제 경험과 함께 정리해 봤습니다.

 

우울증과 치매를 가진 노인의 그림

외로움이 먼저 찾아온 어머니의 시골집

혼자 계시면 말수가 줄어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까요? 저는 그렇게만 생각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는 시골집에서 혼자 지내셨는데, 하루 종일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없다 보니 점점 조용해지셨고 말씀 자체가 없어지셨습니다.

노년기 우울증은 슬퍼서 우는 모습으로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잠이 얕아져 자주 깨고, 자고 일어나도 피곤하고, 평소 즐기던 일에 흥미를 잃는 의욕 저하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의욕 저하란 능력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마음 자체가 줄어든 상태를 말합니다. 돌아보면 어머니의 침묵이 바로 그 신호였습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이 있습니다. 젊을 때 생긴 우울증은 치매와 큰 관련이 없다는 연구가 많지만, 65세 이후에 처음 생긴 우울증은 뇌혈관 문제가 함께 있는 경우가 많고 알츠하이머병이나 혈관성 치매의 위험이 같은 나이대보다 한두 배 높은 것으로 보고됩니다. 외로움 끝에 몸이 상해 가는 분들을 제 주변에서도 여러 명 지켜본 터라, 이 이야기가 남의 일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요약: 65세 이후 처음 생긴 우울증은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라 뇌 건강의 경고일 수 있습니다.

 

식욕이 떨어지자 몸이 먼저 무너졌습니다

밥맛이 없다는 말, 가볍게 넘기신 적은 없으신가요? 저는 그랬습니다. 어머니는 식욕이 떨어지면서 몸무게가 눈에 띄게 줄었고, 어느 날 결국 응급차를 불러야 할 만큼 큰 일을 겪으셨습니다. 그제야 자녀들이 어머니를 서울로 모셔 와 한동안 함께 지내며 회복을 도왔습니다.

어르신의 체중 감소가 위험한 이유는 영양 부족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력이 떨어져 누워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폐렴, 골절, 낙상 같은 노인성 문제가 연달아 따라오기 쉽습니다. 노년기 우울증에서는 석 달 만에 10kg 가까이 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암 환자의 체중 감소 이상으로 급격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입맛 변화는 건강의 경고등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식욕이 떨어지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 관리도 흐트러집니다. 특히 당화혈색소(HbA1c)는 최근 2~3개월의 평균 혈당을 보여 주는 수치인데, 보통 6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이고 이 수치가 높게 방치되면 우울증과 치매 위험이 모두 두 배 이상 올라간다고 합니다. 반대로 관리가 잘 되어 안정되면 그 위험은 줄어든다고 하니, 정기검진의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요약: 갑작스러운 식욕·체중 감소는 우울증의 신호이자 만성질환 악화와 치매 위험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입니다.

 

우울증인지 치매인지, 구별하는 기준

기억력이 떨어지면 곧 치매일까요? 그렇게 서두를 일은 아닙니다. 잠을 못 잔 다음 날이나 술을 많이 마신 뒤에도 기억력은 떨어지고, 우울증이 있는 분들도 스스로 기억력이 나빠졌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본인이 치매라며 병원을 찾는 분 중에는 치매가 아닌 경우가 많고, 아니라고 부인하는 분 중에 치매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치매라는 병이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능력부터 흐리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구별에 도움이 되는 단서로는 우선 방향감각이 있습니다. 혼자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병원에 다녀올 만큼 방향 감각이 유지된다면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음으로 시리얼 7 검사가 있습니다. 100에서 7을 계속 빼 나가는(93, 86, 79…) 검사로, 집중력과 작업 기억을 함께 확인합니다. 언어 유창성 검사는 'ㄴ'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최대한 이어서 말해 보는 방식이며, 나이가 들수록 이전보다 떨어질 수 있어 예전 상태와 비교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 우울증: 늘 하던 일이 재미없고 의욕이 없어서 못하지만, 기운을 되찾으면 다시 할 수 있습니다.
  • 치매: 반찬 만들기처럼 여러 단계가 필요한 일을 어려워하고, 하나하나 알려 줘야 겨우 해냅니다.
  • 주의할 변화: 예전에 하지 않던 행동, 같은 말의 반복, 저속한 말이나 욕이 늘어나는 모습입니다.

처음에는 우울증처럼 보이다가 치매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전두측두엽 치매는 이마 쪽 전두엽과 옆쪽 측두엽이 위축되는 치매로, 우울감과 함께 행동 조절이 안 되는 변화가 먼저 나타나기도 합니다. 표정이 없고 멍해 보이거나 가족을 이유 없이 의심하기 시작한다면 뇌 문제를 의심해 볼 만하다고 합니다.

다만 이런 방법은 어디까지나 참고용입니다. 정확한 판단은 병원 검사와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으로 확인해야 하고, 제 어머니도 결국 MRI를 찍고서야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치매에 관한 기본 정보와 가까운 치매안심센터는 출처: 중앙치매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약: 방향감각, 시리얼 7, 일상 속 수행 능력의 차이가 단서가 되지만, 최종 판단은 병원 검사로 해야 합니다.

 

돌봄 공백, 혼자 사시는 분들께 제도가 닿으려면

좋은 제도가 있어도 닿지 않으면 무슨 소용일까요? 어머니는 조금 회복되어 시골로 다시 내려가셨고 한동안 괜찮아 보였습니다. 그러다 기억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고, MRI 촬영 뒤 의사의 처방으로 치매약을 드시게 됐습니다. 지금은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고 계시고, 저희 자녀들도 자주 연락드리고 찾아뵈면서 증상이 심해지지 않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처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분명히 있습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분께 신체활동과 가사 지원 등을 제공하는 사회보험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출처: 노인장기요양보험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외지에 혼자 사시거나 자녀가 곁에 없는 분들은 이런 혜택을 알아볼 여력조차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울하면 챙길 기운이 없고, 치매가 진행되면 본인이 상황을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제가 주변에서 여러 번 본 흐름은 비슷했습니다. 외로움 끝에 식욕이 떨어지고, 몸이 약해지며 만성질환이 조절되지 않는 상태까지 가서 입원하고, 결국 치매 진단을 받는 순서였습니다. 그래서 신청을 기다리는 방식보다 먼저 찾아가는 방식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도 홍보도 지금보다 훨씬 대대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홀로 사시는 분들을 정기적으로 살피는 프로그램이 더 발전하면 좋겠습니다.

우울증과 치매를 함께 예방하는 습관

  • 당화혈색소와 혈압, 콜레스테롤 같은 만성질환 수치를 꾸준히 관리하기
  • 생활 리듬을 지켜 충분히 자고, 수면제는 처방받은 만큼만 쓰기
  • 혼자 마시는 술 줄이기(술은 잠깐 기분을 올려도 결국 더 우울하게 만듭니다)
  • 낙상 예방을 위해 튼튼한 신발을 신고, 머리 보호를 위해 모자 쓰기
  • 새로운 단어가 많은 책을 읽거나 외국어를 공부하며 뇌를 쓰기
요약: 제도는 있어도 닿지 않는 곳이 있어서, 홀로 사시는 분을 먼저 찾아가는 관리와 홍보가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기억력이 떨어지면 무조건 치매인가요?

A. 아닙니다. 수면 부족이나 과음, 우울증으로도 기억력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예전에 하던 일을 못 하게 되거나 말과 행동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면 병원 진료를 받아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Q. 젊을 때 앓은 우울증도 치매 위험을 높이나요?

A. 현재까지의 연구로는 젊을 때 생긴 우울증은 치매와 큰 관련이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65세 이후 처음 생긴 우울증은 뇌혈관 문제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합니다.

 

Q. 시리얼 7을 해 보고 틀리면 치매인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우울증이 있거나 컨디션이 나쁠 때도 잘 틀립니다. 집에서 해 보는 검사는 변화를 살피는 참고 자료일 뿐이고, 정확한 확인은 병원 검사로 하셔야 합니다.

 

Q. 혼자 사시는 부모님이 걱정될 때 어디에 문의하나요?

A. 가까운 치매안심센터와 지자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상담받을 수 있습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이용 가능한 서비스를 먼저 확인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결론

어머니의 일을 겪으며 외로움, 식욕 저하, 만성질환 악화가 한 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부모님의 말수나 식사량이 달라졌다면 나이 탓으로 넘기지 말고 병원과 지역 복지 창구를 일찍 찾는 것이 좋겠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naG-ZEqFx0